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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청주 VS SAKE - ②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곡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술이 발전되어 왔다.

바로 '곰팡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전통주인 "미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의 '미주'라는 술을 많이 접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의 옛 고문에 따르면, 저장공간이 없던 옛날 시대에

사람들이 먹다가 남긴 곡물이 바깥에 오래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방치된 곡물의 사이사이로 산소가 들어가  

곰팡이들이 쉽게 증식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것을 서민들이 우연히 발견하고 술로 발전시켜 마시게 된 것이 중국의 '미주'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술의 역사로만 비교를 하자면, 미주가 사케보다는 좀 더 나이를 먹었다.

그러나 그 시작이 좀 더 빨랐던 중국의 '미주'보다 일본의 '사케'가 더욱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된 것은

아무래도 더 섬세하고 세련된 맛을 개발하여

 다른 발효주들과의 차별성을 만들고자 노력한  일본 '도지'들의 장인정신과 더불어

현재의 고도로 발달된 마케팅의 공조가 만들어 낸 성공적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차례대로 중국의 미주, 한국의 청주, 일본의 사케. 출처 : 주간동아

 

이제 한국의 술, 청주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술을 사랑한 민족이다. 여러 고서에 의하면 고구려 시대부터 누룩으로

곡물을 발효 시켜 술을 담갔고, 백제 시대에는 일본에 누룩으로 술 빚는 법을 전수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청주, 탁주 그리고 소주.  

 

이 세가지 곡물의 차이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 만드는 과정을 조금 설명해보자면,

곡물과 누룩을 섞어 독에 담아두고 발효시키면 위로는 맑은술이 떠오르고 나머지 재료는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발효된 술에서 떠오른 맑은 술을 거르고 숙성시킨 것이 청주이고, 가라앉은 나머지와

물을 섞은 후 다시 거른것이 탁주이다. 소주는 거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열을 해서 증류한 술이다.

 

출처 : 전주 전통술박물관

 지방마다 특산물, 음식이 다양한 것처럼 술과 술 빚는 법 또한 강한 지역성을 띄고 있다.

그 이유는 각 지역마다 물 맛과 특산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술맛이 유명하다고 소문이 난 몇몇 지역들은

그 곳의 물 맛 역시 매우 훌륭하다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술 맛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에는  특정 지역의 물과 곡물의 퀄리티, 그리고 특색 있는

술 빚는 법이 있고, 인간의 노력으로 변화가 가능한 유일한 요소인 술을 빚는 방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되고 진화해 왔다.

 

그리고 수 백년에 걸쳐 지속되어 온  방법적 진화의 결과로 청주와 소주를 섞는 혼양주, 계절별로 과일과

약재를 섞은 약용주, 꽃과 같은 향을 입힌 가향주 등 다양한 술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지역별,혹은 가문별로 내려오는 술의 제조법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하지만 일제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 찬란하고 화려했던 우리의 술 문화 역시 많은 핍박을 받게 되었다.

일제가 우리 민족성을 말살하기 위해 자가 양조법을 금지하면서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 술 산업은 크게 타격을 입었다.

또한 술의 주원료가 곡물이기 때문에 광복이후가 되어서도 넉넉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귀한 쌀로 술을 빚어 마시기란 사치' 라는 인식을 가지게 한 것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환경과 시대적인 요인 때문에 일본 사케와 비교를 하였을 때

우리나라 청주의 발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청주'도 사케와 마찬가지로 긴 역사를 통한 수 많은 전통적인 제조방법과 기술들이 현재까지도 내려오고 있다. 

 

 

한국식 '청주'와 일본식 '사케'의 가장 큰 차이점을 보면,

한국식은 곡물을 먼저 가루로 빻은 다음 덩어리로 빚어 미생물을

키워 누룩을 만들지만, 일본식은 흰 쌀을 쪄서 흩쳐 놓은 채 미생물을 만든다는 점이다.

처음 시작점부터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을 같은 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일본의 방식을 먼저 보면, 흩어 놓은 쌀누룩 표면에 누룩곰팡이가 생겨 신맛이 별로 안 나고 단순하고 깨끗한 맛을 낸다.

이 깨끗한 맛이 일본 사케의 특징이고, 반면에 곡물을 껍질째 갈아서 누룩을 뭉쳐 발효 시켜 술을 담근 한국 술은

누룩 곰팡이 외에 유산균도 생겨서 약간의 신맛 나는 데 이 것이 청주의 술맛을 더욱 미묘하게 만든다.

그리고 청주의 경우 여러 효묘들이 혼합돼 있어서 풍미 자체가 더 다채롭고

맛의 재미가 있다. 이것이 우리 청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누룩의 발효가 끝날 때쯤, 곡물로 술밥을 짓는다. 쌀 이외에도 보리나 밀 등 여러 곡물을 사용하는 것 또한 우리 술의 특징이라 하겠다.

생 쌀을 쓸 때도 있고 갈아서 떡으로 만들기도 하며, 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만들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지 않고 무궁무진한 술 배합을 사용해 왔다.

 

꽃잎이나 약재 등 여러 부재료를 섞어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맛과 향을 창조해 내기도 했다.

이렇게 곡물, 누룩의 종류, 향과 맛을 위한 여러 가지의 부재료로 인해

한국의 술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찬란한 문화를 지니게 되었다.

 

 

청주는 덧술을 하면 더욱 진하고 달아진다. 덧술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 날 수록  조금 더 고급술이라 평가될 수 있다.

덧술을 하지 않은 술은  발효 시간은 짧은 편이지만 누룩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 누룩 곰팡이 특유의 냄새가 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막걸리 같이 빠른 발효가 필요한 술들이 여기에 속한다.

 

 출처 :  Korea joongang dairy

 

 

 

기본적인 청주를 제조하는 법.

 

쌀을 곱게 가루를 내어  물을 섞어 익반죽을 만들어준다. 익반죽을 식힌 후에 누룩을

섞어 기본 죽을 만들고, 보통 2-3일 후에 밥을 지어서 기본 죽과 잘 섞어서 발효를 시킨다. 

 

여기서 온도를 20℃에서 25℃를 유지시키는 게 중요하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당분이 높아서 부패하고 

온도가 30℃ 이상으로 너무 높으면 효모가 다 죽어 버리고  초산균이 생겨 버려 식초가 되어 버린다.

 

출처 : Korea tour information

 

 

한 가지 양조 방법과 한 가지의 재료로 만든 사케는 처음 입에 들어와 목으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해서 깔끔하고

섬세한 맛을 내지만, 청주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의 방법과 다양한 재료 그리고 효모들로 처음과 끝이 다채롭고

복합적인 맛을 낸다는 것이 두 술의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쌀의 달짝지근한 맛으로 시작해서 깔끔함으로 입안을 산뜻하게 해 준 뒤

마지막에는 살짝 꽃잎의 향이나 솔잎의 향의 은은함을 풍겨 부드러운 목 넘김을 도와주는...

캬! 청주.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물론, 사케도 일정하고 깨끗한 맛을 내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의 술, 청주처럼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맛을 내는 재주는 부족하다.

어찌보면 이렇게 첨예하게 다른 술의 맛 또한 그 나라의 문화와 민족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여 조금 재미있었다. 

 

간혹 한국의 '청주'가 일본의 '사케'를 모방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단지 일본의 사케가 세계적으로 더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식 청주인, 정종(브랜드 종류)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보편화가 됐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사케가 현대의 미디어로 인해 정형화된 미인같은 이미지라면

청주는 자신만의 개성을 오롯이 품고 있는 모두의 각기 다른 첫사랑과 같은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이 짧은 글로 나마 대한민국 사람들이 '청주'를 바로 알고 더욱 즐길 수 있는 "신 문화"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출처 : 전통주 갤러리

 

 

참조문헌 : 동화일보사 '우리는 왜 비벼먹고 쌈 싸 먹고 말아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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