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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T & POULTRY

고기의 또 다른 세계 - 숙성

인간의 삶에 있어서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는 신이 주신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생존과 번성을 위해 가축을 기르고 먹어서 몸에 에너지원으로 축척하는

구 시대 같은 소비 방식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이다.

세기를 거듭하면서 인간이 고기를 먹는 이유와 방식 또한 무척이나 달라져왔다.

놀랍게도 진화한 인간은 고기를 좋아 할수 밖에 없는 감각계와 미각세포가 수세기를 걸쳐 뇌에 형성되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문화가 형성되면서 식문화 또한 각 나라의 환경에 맞춰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로 여러 종류의 고기와 다양한 조리 방법이 형성되었고,

그로 인해 고기의 맛을 극대화시키는 숙성법 또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으며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모든 인간은 항상 변화와 진화를 열망하는 존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쉐프로써 이런 부분을 항상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다.

 

고기의 숙성... 이 시간과의 싸움을 한 번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일정 기간의 숙성을 거치면 고기의 육질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숙성된 고기는 그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지고 풍미 또한 변화하여 그 전과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입맛은 다 다르기 때문에 숙성의 시간과 사람의 취향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어떤 사람들은 약간 덜 숙성된 고기를 선호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오랜 시간을 걸쳐 숙성된 고기만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등 다른 종류의 고기들은 각기 다른 숙성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고기인 소고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우리는 사후 경직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보통 동물들이 죽고 난 뒤 짧은 시간 동안은 근육이 늘어진다. 이 시간에 고기를 잘라서 조리한다면 그 육질은 매우 부드럽다.

하지만 이 시간 때를 놓친다면 고기의 근육이 움츠려 드는데 이 상태를 바로 '사후 경직'이라고 부른다.

이 사후 경직 때 고기를 조리해서 먹으면 매우 질기다.

보통 돼지와 닭은 몇 시간, 소는 하루정도면 이 단계를 지나가게 된다.

 

 

유럽이나 미국, 호주 등 스테이크 문화가 많이 발달된 나라를 보면 일반 생고기보다는

숙성된 고기를 많이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실제로 많은 레스토랑들이 따로

숙성실을 둘 정도로 고기 숙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생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편이지만 그것은 서양과 한국의 고기를 익혀 먹는 방법의 차이가

가져온 결과라는 생각이다. 물론 나도 한국사람인지라 아직도 스테이크보다는 숯불에 구운 소기기를  더 선호한다.^^

 

최근에 서울의 마장동 거리를 걸어 본 적이 있는가?

마장동은 보통 생고기를 취급해왔지만 이제 곳곳에서 dry-aging이나 water-aging이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dry-aging이든 water-aging이든 고기의 육질과

맛을 위해 행해지는 단계라는 점은 다름이 없다. 소비자로 하여금 최고의 고기를 접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대부분의 고기를 취급하는 레스토랑에서 dry-aging이나 wet-aging을 하는 경우를 접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필자도 현직 쉐프로서 아직까지 water-aging은 한국에서만  보았다.

이것이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자는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라는 말도 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방법을 익혀 직접 그 차이를 경험해 볼 생각이다.

 

 

 

Dry-aging과 wet-aging의 숙성은 그 둘을 병합해서 할 때  효과의 극대화를 누릴 수 있다. 

보통 도축에서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10일이다.

도축 직후에는 부위별로 절단되고 비닐 포장을 거쳐 바로 시장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습한 조건에서 숙성이 되는 데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까지 고기는 비닐포장 안에 밀폐가 되어 보관된다.

이것을 wet-aging이라 부르는데, 효소가 활동하는 동안 산소 공급은 차단되고

습도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고기의 맛과 부드러움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지만

맛의 진한 정도를 생각한다면 dry-aging과 비교했을 때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Dry-aging with salt brick. Ref : Broadsheet

그렇기 때문에 주방에서 dry-aging을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 또한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이미 고기가 한 포션 단위로 절단되었다면 적절하지 않다. 

그 이유는 dry-aging을 함으로써 고기 무게의 약 20%가 증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게 큰 덩어리째 걸어두고 dry-aging 시작한다.

 

숙성의 중간중간 표면이 마르거나 상하고 곰팡이가 핀 곳은 바로바로 잘라 내야 되기 때문에

분명히 양적으로는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작게 자른 고기는 dry-aging의 큰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버리는 부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숙성이 분명히 고기의 품질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에 열거한 것과 같은 이유로

고기를 다루는 업자들은 고기를 비닐 포장하여 보관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숙성은 일정한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보관 시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기는 빛과 산소에 의해 산화되고 산패하게 되어있다.

고기의 지방이 산패하는 것으로 당연히 불쾌한 냄새를 동반한다.

하지만 그것을 먹는다고 반드시 탈이 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서 치즈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느 한 미국의 유명한 스테이크 집을 보면

30일, 60일, 90일, 120일 심지어 180일 까지도 dry-aging 하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dry-aging 한 고기는 냄새나 맛이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처음 시도하기엔 조금 무리일 수도 있겠다.

 

 

 

이제는 어렵지 않게 숙성된 고기를 살 수가 있고, 집에서도 몇 가지 방법만 익히면 손쉽게 고기를 숙성할 수 있어서

일반 가정집에서도 고기의 맛을 극대화시켜 먹을 수가 있다.

요리도 과학이다. 물론 고기를 그냥 구워서 먹는 것도 맛이 있지만

지식적으로 접근해서 고기를 먹는다면 색 다른 맛을 경험을 할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마지막 결론은

그러므로 언제나 고기는 맛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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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 On food and cooking by Harold McGee